🪐 2022 마지막 큐레이션

🪐 2022 마지막 큐레이션 - 환상의 회피

내비게이터들의 90년대 사랑희망 타령

2022. 11. 23.

🪐 2022 마지막 큐레이션 - 환상의 회피

요즘 젊은이들 근황.jpg

주민님 안녕! 2022년을 다섯 주 남긴 지금,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어? 요즘 많은 일들이 있다 보니 마음이 많이 지치진 않았는지 걱정이 돼. 쉴 새 없이 달려왔는데, 연말 모임이 또 한 가득이라 올해를 돌아볼 여유가 없을 것 같아. 그래서 이번 안내서는 거칠어진 감정과 메마른 통장 잔고를 촉촉하게 적셔줄 90년대 갬성으로 준비해봤어. 너무 유치하지 않으면서도 작품성 있는 것들만 고른 건 안 비밀! 경제적 안정기, 황금빛 미래를 낙관하며 낭만이 살아 숨 쉬던 시대. 사랑과 희망에 다 같이 취해보며 잃었던 순수를 회복하고 잠시나마 지금의 냉소를 잊어보는 것은 어떨지~ 그렇담 환상의 나라 회피랜드로 다 함께 고고!

✍️ 이번 안내서.zip

<사랑편>

•첨밀밀 Comrade: Almost a Love Story (1996)

•온리유 Only You (1994)

•런어웨이 브라이드 Runaway Bride (1999)

<희망편>

•제리 맥과이어 Jerry Maguire (1996)

•길버트 그레이프 What’s Eating Gilbert Grape (1993)

•흐르는 강물처럼 A River Runs Through It (1992)

💖💖💖 사랑편 💖💖💖

취한다.. 사랑..

from 1996 <첨밀밀 Comrade: Almost a Love Story> 왓챠

👍 수많은 이들이 인생 영화로 꼽는 데는 다 이유가 있구나..
👎 둘은 애틋한데 가만 생각해보면 뒷목 잡음. ‘톈~미~미~’를 흥얼거리면서 난데없이 눈물 흘리는 사람이 됨.

중국에서 혈혈단신으로 홍콩으로 넘어온 두 청춘 이쇼(장만옥)와 소군(여명). 운명처럼 만나게 된 이들은 타지에서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끌리게 되는데.. 하지만 소군에게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 우리는 그저 친구일 뿐이라는 이쇼의 선긋기에 이들은 할 거 다 하면서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는 사이가 돼. 숨 넘어가게 엇갈리는 로맨스 영화의 원조! 중화권을 풍미했던 등려군의 노래를 배경으로, 러브스토리를 넘어 한 시대와 청춘에 대한 회고록으로 확장되어 우리의 심금을 진하게 울리지. 그나저나 영어 선생님 역을 맡은 배우가 <화양연화>를 비롯해 왕가위 감독의 레전드 영화란 영화는 다 찍은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이었다는 거 알아?! ㅇ0ㅇ

from 1994 <온리유 Only You> 왓챠

👍 리즈시절 로다주의 눈망울과 마리사 토메이(스파이더 맨 이모역)의 패션 보는 맛
👎 운명의 상대를 찾는다는 컨셉이 기분에 따라 나이브하다고 느낄 수 있음

어린 시절 분신사바(?)로 점쳐지고 5,000원 짜리 점괘로 컨펌된 운명의 상대 ‘데이먼 브래들리'. 페이스는 이름만 아는 이 사람과의 운명적인 사랑을 평생 기다려왔는데…어느 날 전화 한 통을 받고 이 남자를 찾기 위해 갑자기 이탈리아로 떠나버려. 베니스,로마,포지타노 등 온갖 이탈리아 대표 낭만 도시가 다 나오는 이 영화. The only one이 있다는 다소 고리타분하고 팔자 좋은 서사이지만, 주인공들 외모와 이탈리아가 주는 낭만에 취하다 보면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눈가 촉촉해지고 엄마 미소 장착됨.

from 1999 <런어웨이 브라이드 Runaway Bride> 디즈니+

👍 90년대 스타 감독 게리 마샬(연출작: 귀여운 여인, 프린세스 다이어리 등)의 따뜻한 색감과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넘치는 편안한 로맨틱 코미디
👎 남주와 여주의 감정선이 다소 올드하거나 클리셰하다고 느껴질 수 있음.

결혼식에서 세 번이나 도망친 여자가 있다…?! 이 영화는 <귀여운 여인>에 이어 줄리아 로버츠와 리처드 기어가 다시 호흡을 맞춰 당시에 화제였어. 알 수 없는 이유로 매번 결혼식에서 도망치는 매기와 그런 나쁜 여자의 민낯을 까발리겠다는 심산으로 취재를 시작하는 아이크. 하지만 아이크는 매기를 알면 알수록 예상치 못하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스크램블, 프라이, 삶은 달걀 등 남자 친구가 좋아하는 달걀 요리에 맞춰 본인도 그걸 제일 좋아한다고 얘기하던 여자, 매기. 그녀는 과연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들을 찾아 나서는 용기를 낼 수 있을까? 복잡하면서도 인간적인 매기를 응원하며 보게 되는 feel-good 영화 추천할게.

🌅🌅🌅 희망편 🌅🌅🌅

희망있는데, 없습니다. 있었는데 없어요.

from 1996 <제리 맥과이어 Jerry Maguire> 왓챠

👍 어린이 주인공 너무 귀여움…웃는 거 보면 세상 고민 다 잊어버릴 수 있음 + 르네 젤위거 진짜 이쁨

👎 안 그래도 갓생사는 톰크루즈가 야망! 희망! 절망 노노! 외치는 모습에 내 인생 갑자기 초라해질 수 있음

성공 가도를 달리던 스포츠 에이전트 제리 멕과이어. 갑자기 직업윤리에 대한 현타를 맞고 양심에 따라 행동했다가 팽을 당하게 돼. 그때 유일하게 자신의 비전에 감동했던 경리 직원 도로시(르네 젤위거), 그리고 그녀의 아들 레이와의 교류를 통해 ‘사랑'에 대해 깨닫게 된다는 심플한 서사인데, 명장면의 절절한 사랑고백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사랑 믿게 됨…사랑 그거 뭔데…

from 1993 <길버트 그레이프 What’s Eating Gilbert Grape> 넷플릭스 | 왓챠 | 웨이브 | 티빙

👍 잔잔한 듯 격한 위로가 필요할 때 보시오

👎 조금 슬플 수도.. 아니 어쩌면 조금 많이.. 슬플 수도..

길버트 그레이프가.. 뭐지? 샤인 머스캣 같은건가? (아님) 길버트 그레이프는 그냥 주인공 이름입니다. 조니 뎁이랑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력으로 유명하기도 한 영화야. 지하실에서 자살한 아버지, 우울증으로 초고도비만이 되어 집 밖을 벗어나지 못하는 어머니, 장애가 있어서 잠시만 눈을 떼면 위험한 사고를 치는 동생. 장남 길버트는 가족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그들을 건사하기 위해 하루하루 지쳐가. 마을을 지나가는 캠핑족 베키와 감정을 키워가며 그나마 숨통이 트이기 시작하지. 가족이 짐처럼 느껴질 때, 반복되는 인생이 족쇄처럼 목을 죄어올 때, 책임감과 부담감에 정작 내 인생의 의미는 희미해져 갈 때, 도망치고 싶지만 도망갈 곳이 없을 때… 우리 주민들이 이 영화를 통해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어.

from 1992 <흐르는 강물처럼 A River Runs Through It> 넷플릭스 | 왓챠

👍 부모라는 알에서 깨어난 불완전한 삶의 아름다움! 평화로운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묵직한 인생 이야기.
👎 잔잔한 영화가 치명적인 주민은 춈… 졸릴 수도ㅠ

1992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전 시카고 대학 교수 노먼 맥클레인의 자전적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야. 헐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성공적으로 감독한 작품이자, 레드포드의 닮은 꼴로 유명한 브래드 피트도 이를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기 시작했지. 영화는 미국 시골 마을의 목사 가족, 엄격한 아버지와 그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는 첫째 노먼과 아버지의 가르침을 거부하고 본인의 주관대로 삶을 살아가는 둘째 폴의 이야기가 중심이야.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자신만의 길을 걷는 폴의 삶이 결코 순탄치 않지만 그의 삶을 플라잉 낚시와 함께 영롱하게 표현하는 영화의 미학이 인상 깊지. “우리의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 영화를 보며 복잡한 세상에서 자신만의 길을 다시 찾아볼 수 있길 바래.

짤로 드러내는 속마음.jpg

(중요 공지)

옽뜨스텔라는 이번 안내서를 보내고 두 달 동안 쉬어갈 예정이야. 1년 넘게 달려오면서 아이디어도 많이 소진되었고… 옽뜨스텔라만 할 수 있는 리뷰 콘텐츠로 무장해서 돌아올 예정이니 너무 아쉬워하진 말길! 2월부터 다시 발송될 예정이니, 그때까지 주민님 건강 잘 챙기고 OTT 세계 잘 돌아다니길. 수신거부는 거부할게~ 그럼 우린 두 달후에 보자! 안녕!

2022년 옽뜨스텔라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곧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