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깃발 방아를 돌려라~

변치않는 사랑으로 함께하다 요양원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팻과 테리

현역 선수 시절의 테리

🏳️‍🌈 넷플릭스에 퀴어를 묻는다면 라이언 머피를 보게 하라

라이언 머피와 그의 작품 속 인물들 | 사진 출처

🧐 테리와 팻이 살았던 시대가 어땠길래?

1950년대 미국 여성상을 보여주는 당시 광고물

LGBTQ+. 들어는 봤는데 각 글자가 무엇을 대표하는지 아직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 성소수자를 둘러싼 언어와 개념들이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한 번만 이해하고 나면 타인의 세계,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해석하는 관점이 한층 확장되고 풍부해질 거야.

인간의 성을 정의하는 기준은 지정 성별 sex, 성 지향성 sexual orientation, 성 정체성 gender로 크게 3가지가 있어. 그와 관련된 몇몇 대표적인 용어들만 소개해볼게.

주민님은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궁금해. 세 가지 개념에 따라 나의 정체성을 정의해보면, 위 개념을 훨씬 더 이해하기 빠를 것 같아.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 블로그를 한번 둘러봐!)

인스타그램 프로필 이름 옆에 they/them 적어둔 것 본 적 있는 사람? 우리가 익숙한, 젠더를 여성과 남성으로만 구분하는 방식을 젠더 이분법(Binary)이라고 하는데, 반면에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별을 논 바이너리 Non Binary라고 해. They는 복수형 인칭대명사이기도 하지만, 호칭하는 대상의 성별을 모르거나, 성별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사람, 혹은 자신을 여성 혹은 남성으로도 정의하지 않는 사람(논바이너리)가 쓰는 성 중립적 대명사로도 쓰여.

영화 <주노>와 <인셉션>으로 알려진 배우 엘리엇 페이지(엘런 페이지에서 개명)는 2020년 트렌스젠더 논 바이너리로 커밍아웃을 한 후 성전환 수술을 했고, 인칭 대명사는 he 또는 they를 지정했어.

커밍아웃 전 엘리엇 페이지(엘렌 페이지)와 현재 엘리엇 페이지

옽뜨스텔라 4호 안내서에서 다룬 <퀴어아이> 출연진 중 한 명인 조나단 반 네스 역시 2019년에 논 바이너리로 커밍아웃 했어.

YAAAASSS QUEEN을 모두의 입에 정착시킨 퀴어아이 짤부자 조나단

타인이 자신을 칭할 때 여성/남성으로 구분 짓는 대신, 자신이 지정한 대명사를 써 달라는 것으로 이해하면 편해.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인지라,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수도 있어. 그런데 언어가 한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끼치는 영향은 아주 강력해. 영어는 주로 she, he라는 성별을 구분한 인칭대명사를 쓰잖아. 생각해보면, 나를 여성으로 인식하지 않는데 모두가 날 여성으로 칭한다면 좌절될 것 같아. 만약 주민님이 지정한 대명사로 본인을 불러주길 원하는 친구를 만나게 되면 당황하지 말고 꼭 그렇게 불러주기! 😉

매년 전국 각지에서 열렸던(물론 코로나 시대 전까지) 퀴어문화축제(a.k.a 퀴퍼) 가본 주민?! 다양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지닌 이들이 모여 평등하게 어우러져 즐기는 것을 비전으로 만들어진 서울퀴어문화축제는 2000년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어. 이번 년도도 서울시로부터 겨우 조건부 수리 처리되어 7월 중순에 열 수 있게 된 상황이야. LGBTQ+부터 이성애자 앨라이들까지 축제에 참여해 한마음 한뜻으로 다양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목소리를 내. 심지어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 관련 단체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지.

페미니즘이 단순히 여성의 지위 향상만을 위한 것, 또는 양성평등을 주창하는 것이라 알고 있다면 그것은 경기도 오산이야. 퀴어 운동과 페미니즘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여전히 TERF 진영의 페미니스트들은 생물학적 여성만을 고려하여 여성 인권 증진을 얘기하지만, 이에 대해 수많은 젠더 이론가, 상호교차성 페미니스트, TIRF 진영 등이 그 한계를 경고하고 있지. 왜냐하면 페미니즘은 단순히 남자와 여자가 동등해지고자 만들어진 것이 아닌, 이 사회에 만연한 남성우월주의와 이성애 중심적인 이분법적 구조를 해체하기 위한 움직임이니까.

EBS 위대한 수업에서 '젠더'에 관한 강의를 진행한 주디스 버틀러 | 강의 보러가기

그 유명한 「젠더 트러블」의 저자이자 페미니스트 철학자인 주디스 버틀러는 성별이 제도, 문화, 언어, 의학/과학사로 인해 정의가 이뤄져 왔다고 말해. 쉽게 말하자면 우리가 절대적으로 생각하는 이분법적 남/녀 성별이 생각보다 유동적이라는 거지. 따라서 기존 성별 구조에 의문을 품고 등장한 개념이 '젠더'야. 젠더는 생물학이 아닌 사회적, 문화적으로 결정되는 정체성인데, 생물학적으로 지정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결정과 수행으로 형성돼. 또한 젠더는 이분법이 아닌 스펙트럼(범위)으로 나눠질 수 있어. 가사 노동과 출산 의무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여성뿐만 아니라 ‘남자답지 못한 남자’, ‘여자도 남자도 아닌 사람’의 정체성까지 정의할 수 있게 된 거야. 가부장적인 권력은 제도와 규범 속에 이분법적 성별 sex과 성 역할을 구분 지었으나 젠더 개념으로 인해 인간은 그 방식에 도전할 수 있게 됐어.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이 유연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강박적으로 강요되는 성 역할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그 때문에 페미니즘은 젠더에 의한 폭력과 차별에 놓인 피해자를 대변하며 그들을 위해 존재해. 이 부분이 바로 페미니즘과 퀴어가 만나게 되는 지점이지. 주민님도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며 이번 퀴어문화축제에 함께해보는 것은 어때?

이렇게 해결된다고?

영화 보며 잘 안 우는 거 하나 자신 있었는데 <그들만의 사랑> 오프닝 시퀀스만 보고도 눈물을 글썽였어. 오프닝 시퀀스 속 오래된 사진 속 젊은 시절 테리와 팻, 누구에게 들킬까 From, To를 찢어 보관했던 러브레터들이 마치 그들이 사랑으로 쌓아온 시간을 보여주는 것 같아. 영화에서는 실제 테리와 팻이 찍었던 홈비디오와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영상이 많이 나와서 그 시절을 간접 체험하는 느낌이 들더라구. 신념이든 사랑이든 어떤 것을 오랜 세월 지켜온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느끼게 되는 장면이었어.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장르

다큐멘터리

러닝타임

1시간 21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