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온다..★ 캠퍼스가 그리울 때 보는 <더 체어>

2021. 10. 21.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우리 옽뜨 주민들 하이루~

어느덧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었구나…

이젠 빼도 박도 못하게 2021년을 마무리할 시기가 찾아오고 만 거야.

(받아들이기 힘들다 ^^)

가을이 되면 씨는 어떤 기분이 들어? 내비게이터들은 유난히 지난 추억에 잠기며 자연스레 대학시절이 떠오르는 거 같은데…

조금은 센치한 가을날에 어울리는 새로운 넷플릭스 시리즈,

산드라 오 주연으로 화제가 되기도 한 <더 체어 The Chair>를 소개해 볼까 해.

명문대 교수진들의 이야기라는 시놉시스에 내비게이터들도 왠지 노잼 냄새 폴폴 난다며 거부감 느꼈는데 왠걸? 재밌어!

한 줄 줄거리

지윤킴은 어느 명문 대학에서 유색인종 여성 최초의 학과장이 된다. 하지만 영문학과는 모진 파도를 맞고 있는 중..!

출연진

산드라 오 Sandra Oh (지윤 역)

제이 듀플래스 Jay Duplass (빌 역)

홀랜드 테일러 Holland Taylor (조앤 역)

밥 밸러밴 Bob Balaban (엘리엇 역)

나나 멘사 Nana Mensah (야스민 역)

감독 및 작가

아만다 피트 Amanda Peet

애니 줄리아 와이먼 Annie Julia Wyman

장르

드라마, 코미디

평균 러닝타임

30분 / 총 6에피소드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오늘의 옽뜨스텔라를 읽고 나면...👀

<더 체어>에 재현된 아시안, 특히 한국인의 캐릭터에 대해 알아볼 수 있어
고등교육의 보수성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어
이번 주말에 <더 체어>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거야

위키: 산드라오 언니 사랑해요

<더 체어> 만든 사람?✋

너무 러블리한거 아닙니까!!!! (아만다 피트와 산드라 오)

<더 체어 The Chair>의 제작자인 아만다 피트 Amanda Peet는 <아이덴티티>와 <2012>에도 나왔었던 배우야. <더 체어>가 드라마 작가 및 제작자로서 데뷔작이지. 그녀는 <더 체어>의 배경이 되는 인문학계, 특히 학생들과 교수들, 학교 위원회들과의 계층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이 부분을 공동 작가인 애니 와이먼 Annie Wyman이 담당했대. 애니는 하버드 대학 박사 출신이고 본인이 대학원생일 때 학부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어서 학교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해. (<더 체어>의 문제 인식이 매우 와닿는 이유!)

게다가 이 시리즈에는 무려 <왕좌의 게임> 공동 제작자인 데이비드 베니오프와 D.B 웨이스가 제작에 참여했다는 사실! 이 둘이 왕좌의 게임이 끝나고 넷플릭스랑 계약을 한 것도 엄청나게 관심 집중이었는데 넷플릭스에서 처음으로 제작한 작품이 판타지물이 아니라서 의외라는 반응도 있었어. (사실 아만다랑 데이비드가 부부거든!)

무엇보다 산드라 오도 프로듀서로 참여해서 한국 교포들의 문화와 자연스러운 한국어 연기도 가능했던 것 같아. 그녀에 대해선 다음 꼭지에서 더 자세히 다루니 얼른 다음으로 넘어가 보자!

지윤 캐릭터와 배우 산드라 오

지윤이라는 캐릭터 어떻게 봤어? 이민자 2세, 아시안, 중년 여성, 아이를 입양한 싱글맘, 영문학과 교수, 동료 교수와는 썸타는 관계… 소개만으로 충분히 복잡다난한 맥락과 이로 인한 갈등이 예상되는 인물이지. 여기에 더해서 지윤은 펨브로크 대학 최초의 유색인종 여성 학과장이 돼. 가뜩이나 인기 폭락인 영문학과는 세대 갈등과 나치 발언 이슈 등으로 큰 고비를 맞이하지만, 지윤은 인간적이고 솔직하게 개노답 상황들에 맞서 나가지. 사실 결과적으로 해결된 건 없지만🤦‍♀️.. 삶의 복잡함 속에 발버둥치는 지윤의 모습은 공감 가고 생동감 넘쳐.

주인공이 한국계로 등장하는 만큼 한국어와 한국 문화들이 깨알 같이 등장하더라고. 바야흐로 십여 년 전.. <로스트>라는 미드에서 한국어 대사 “페이퍼 타올이 요기잉네?” 로 국내 시청자들의 놀림거리가 됐던 걸 생각해보면, <더 체어>에서는 한국 문화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반영됐는지 몰라. 여기엔 그간 케이팝과 한드 열풍이 전 세계를 강타한 탓도 있겠지만, 미국 매체 속 산드라 오라는 배우가 해온 역할이 아주 커.

<그레이 아나토미>의 한국계 외과의 크리스티나 양을 연기하며 큰 주목을 받았고, 최근엔 <킬링 이브>(6호 안내서 링크😉)의 이브 폴라스트리 역으로 골든글로브 TV부문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어. 짝짝짝! 산드라 오의 캐릭터들은 한국계 여성으로써의 뿌리를 잃지 않으면서, 똑똑하고 야망을 숨기지 않더라고. 조용하고 순종적이며 주변인에 머무르는 모습으로 정형화된 아시안의 재현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그래서 산드라 오가 연기한 캐릭터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

이처럼 미디어에서 아시안이 재현되는 방식뿐 아니라, 미국 내 아시안의 권리 신장에 있어서도 항상 목소리를 내왔더라고. 아틀란타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일어난 동양인 혐오 범죄 반대 시위에서 스피치를 하기도 했었지.

통역사 샤론 최와의 인터뷰를 보면 인종차별에 대한 산드라 오의 깊은 고민과 통찰이 엿보여.

시즌2는요?

현재로선 시즌2가 확정되었다는 소식은 아직 없어…! 하지만 넷플릭스 특성상 반응에 따라 다음 시즌을 확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여전히 시즌2 가능성에 대해 많은 매체가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야. <더 체어> 시즌2가 확정되면 옽뜨스텔라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꼭 알려줄 테니, 아직 인스타 팔로워가 아니라면 여기로 팔로우 ㄱ!

생각거리: 새로운 걸 용납할 수 없다면, 우리도 꼰머?!

내가..내가 꼰대라니!

하일 히틀러?

누가 봐도 나치를 옹호하지 않는 빌이 수업 설명 중에 “하일 히틀러” 했다고 욕먹고 교수직 잘리고 인생 구렁텅이에 빠지게 됐는지 의문이었다고? 아무래도 서구권에서 나치 관련 유머가 갖는 맥락을 잘 모르다 보니 이게 대체 이럴 만한 일인가 싶었을 거야. 물론 이 에피소드는 전체 내용을 무시하고 자극적인 편집으로 성급한 일반화를 조장하는 sns의 폐해를 꼬집기도 하지. 하지만 한국 맥락에 비유하자면 이게 욱일승천기 또는 독도 급으로 예민한 문제라고 해. 갑자기 좀 확 와닿지 않아?

이미 펨브로크 대학 내 네오나치들이 있던 터라 학생들은 가뜩이나 예민한 상태였어. 근데 빌이 이런 농담을 던졌고,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세력에게 먹이를 준 꼴이니 잽싸게 사과를 하는 게 맞았지..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의 예민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는 나치가 아니니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꼰대 발상을 고집했던 빌은 결국 걷잡을 수 없는 비난과 함께 교수직을 내려놓게 돼.

두 가지의 가치가 대립되는 구도로 이루어진 <더 체어>

앞서 언급했듯, 가방끈이 긴 작가들의 경험을 다 녹여낸 <더 체어>는 현재 대학가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어. 흥미롭게도 <더 체어>에서 충돌되는 대립 구도는 주로 전통적인 가치와 대안적인 가치의 충돌로 그려지고 있지. 제작진이 이를 의도한 건진 밝혀지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포인트로 보여서 성실한 내비게이터들이 정리해보았어!

순수 학문 vs 응용 학문

대학 다니면서 수업의 깊이에 실망하고 등록금 아깝다고 생각해 본 옽뜨 주민...? (네비게이터 4명은 4년 내내 그 생각함) 본래 대학은 보편적인 인문 교육을 위해 설립된 자치 공동체로, 자유로운 담론을 공유하며 사유를 넓혀나가는 교양 교육의 산실로 여겨져 왔어. 순수한 열정으로 학문을 깊게 연구하고 탐구할 자유가 존재하는 곳이 대학이었지. 그런데 취업 성패에 따라 전공 수요가 달라지고, 이것이 학과의 존폐를 결정하는 게 근 20년 동안 대학가가 겪고 있는 현실이야. (물론 그중 인문계 대학이 가장 찬밥 신세이기도 하고 ㅎ^^;)

<더 체어>에서도 지윤의 영문학과는 줄어드는 학부생과 학교의 지원으로 여러 문제를 직면하게 되는데, 이공계가 받는 지원과 자주 비교돼. 조앤이 제프리 초서 Geoffrey Chaucer에 대해 열정을 토하며 학생을 책망하는 장면(명대사 코너에서 또 언급되니 참고!)은 이런 현실에 대한 절망감을 잘 보여주지. “문송합니다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유행했던 걸 보면 미국만의 문제는 아닐 거야. 우리 문과 존재 화이팅.

부모와 자식으로 구성된 가정 vs 야망 있는 비혼 싱글맘의 입양 가정

<더 체어> 속 지윤의 가족은 상당히 대안적인 구성을 보여. 지윤은 한국 친척들의 간섭과 오지랖을 이겨내는데, 싱글맘으로서 입양한 딸 주희는 지윤의 배경과 전혀 접점이 없는 라틴계야. 그리고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으니 한국어만 할 줄 아는 아버지에게 주희를 맡겨. 어쩌다 주희를 봐준 빌은 주희와 아주 잘 어울려서 꼭 가족과 같은 모습으로 다니게 돼. 빌은 다 커버려 대학에 간 딸에 대한 그리움을 주희를 통해 극복하지. 바로 이 부분에서 ‘가족'의 개념과 기능에 대해 질문하게 되더라고. 혈연과 제도만이 가족 구성의 필요충분조건일까? 아니라면 가족을 하나로 묶는 가치는 무엇일까?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도 1인 가구, 다문화 가정 등 가족 형태가 다양화되고, 생활동반자 법이 논의되는 등 대안 가족에 대한 법제화와 사회적 합의에 대한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어. 무엇보다 이민자 가정 출신의 싱글 동양 여성이라는 지윤 개인의 삶이, 백인 기득권층으로 가득한 미국 유수 대학의 다이내믹과 비교되면서 ‘전통적 가치 vs 대안적 가치' 의 구도가 더 잘 보이는 것 같아.

선선해지는 가을의 핫쵸코 밑뛔 같은 <더 체어>

우리 주민들의 주말 예상.gif

갑자기 추워진 요즘, 쓸쓸한 가을 감성에 따뜻함 하나 얹어 보고 싶다면, <더 체어>를 적극 추천해! 내비게이터들의 많은 주변인이 “<더 체어>에 대해서, 알고 있긴 하지만 막 그렇게 재밌어 보이진 않다”라는 평이 많더라고. 그래서 옽뜨스텔라가 더욱 추천하는 2you지! 지윤을 힘들게 하면서도 그녀를 위로해주는 딸과 빌 그리고 가족과 다른 교수들의 웃픈 인간군상이 아주 인상적이야. 물론 주요 사건들로 엎치락뒤치락하며 대학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담은 블랙 코미디이지만, 캐릭터 사이의 유대감이 진하게 표현되어 휴머니즘적인 따뜻한 사골 국물 같은 시리즈라 감히 말할 수 있어. 이번 주말 느지막이 일어나서 시리얼 한 사발 들고 1화 재생을 하는 것 어때?

옽뜨스텔라가 선정한 <더 체어>의 명대사!

사진출처: buzzfeed

“내 수업을 안 좋아해도 돼.

하지만 초서는 600년이 넘는 문학 비평의 역사를 버텨냈어.

이게 얼마나 대단한 작가인 지 알아먹지 못한다면 내 수업에서 그냥 꺼져!”

본인의 수업 평가에 악플을 남긴 학생을 쫓아가 조앤 교수가 한 방 먹이는 장면이야. 자신이 인기 없는 교수고 초서가 노잼이라고 해도, 결국 고전문학을 파헤치려는 노력은 스스로 해야 한다는 말이지. 사실.. 이런 도덕 선생님 같은 발언 들으면 옛날엔 뭐래^^ 싶었는데 고전이 중요하긴 하더라고. (일단 사람이 되게 똑똑한 척하기 좋아) 영문학에 진심인 조앤 교수의 학문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는 속 시원한 장면이었어!

넷믈리에: 가을에 보기 좋은 잔잔한 코미디

from 헤이즐

데스티네이션 웨딩

볼 수 있는 곳 왓챠

키아누 리브스와 위노나 라이더의 2018년 로맨틱 코미디인데, 중년의 연륜과 체념이 묻어나는 소소한 개그들이 가을과 아주 잘 어울려. 나이도 있겠다, 혼자겠다, 각자가 고수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명확한 두 명의 싱글 남녀가 같은 결혼식에 참가하고, 서로의 존재가 거슬리지만, 파트너는 없는지라 계속 엮이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꽤 현실적이야. 키아누 리브스 특유의 그 어색함과 위노나 라이더의 나이를 거스르는 귀여움이 아주 케미가 좋아. 찬 바람 부는 밤, 담요 두르고 따뜻한 코코아 한잔하면서 보길 추천해!

from 도자기

우리 사이 어쩌면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한국계 배우 렌달 박이 주연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살아가는 한국인 가정에서 자란 마커스와 사샤의 이야기야. 소꿉친구들끼리 서로의 마음을 모르다가 시간이 흐른 후에 마음을 확인하는 어쩌면 전형적인 스토리지만 소소한 유머 코드와 자극적이지 않아서 편하게 주말에 보기 좋은 작품이었어. 주인공들의 상황이나 캐릭터가 너무 오버스럽지 않고 주변에 저런 친구가 있을 것 같은 설정이랄까? 특별 출연한 (왜 여기서 나오나 싶은) 키아누 리브스의 코믹 연기가 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

from 찐하

매기스 플랜

볼 수 있는 곳 왓챠

왠지 주민들이 많이 알 것 같은 작품이지만, 추워지는 날씨에 따뜻한 감성을 담은 영화, <매기스 플랜>이야. 결혼은 하지 않고 아이를 갖고 싶었던 주인공 매기가 대학교수 존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해서 아이까지 갖게 되지만 꿈대로 흘러가지 않는 생활에 발칙한 계획을 짜게 되는 매기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야. 체크무늬 코트에 목도리를 둘러메고 뉴욕을 돌아다니는 매기가 machi 요즘 날씨 감성에 맞는 달까...✨무리한 계획을 짜서 뻔뻔하게 실행하려는 매기를 보면 실소가 나기도 하지.

from 떠돌

위기의 친구들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여기 대학 시절 떠올리게 하는 시리즈 하나 추가요~ 뉴욕에 정착해 저마다의 삶을 사는 하버드 동기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은밀한 관계..* 캐릭터 하나하나 짜증 나면서도 공감 가고 재수 없어(진짜 내 동기 아닌가 싶음) 마무리되지 않은 감정들과 자기 합리화가 뒤얽혀 치졸하고 유치하지만 그게 우리네 삶인 것 같아서 마음이 속절 없이 뜨끈해진다네. 각자 캐릭터들이 처한 복잡한 상황에 나를 대입해보며 콧구멍 커진 채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더라고. 심각해 보이지만 실은 시트콤이라 엄청 유쾌하고 재밌어. 러닝타임도 부담스럽지 않아 시즌 2까지 하루 만에 본다고!